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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9 오후 5:25:26 입력 뉴스 > 가볼만한 곳

[기획연재]강병두의 역기행
인생의 정거장 '간이역(簡易驛)'



기차 따라 역 따라

구름에 달 가듯이 발걸음 따라 흘러간 간이역

 

당시 개구쟁이 시절엔 형, 동생의 차이가 큰 걸로 알고 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레일위에 올라서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가 보다. 중간인 김세윤(73)할아버지는 무게를 잡고 섰으나 맏형격인 노인회장 김중동(76)할배는 팔을 흔들어 중심을 잡으려 애쓴다. 막내인 이장 권세원(65)할배는 빙긋이 웃을 뿐이다.

 

간이역(簡易驛)은 한국철도공사가 되기 이전인 구 철도청에서부터 사용하던 행정 분류로 이용객이 적고 효율성이 낮아 역장이 배치되지 않은 규모가 작은 역을 말한다. 간이역의 역장은 인근 보통역의 역장이 겸임하여 운영하나 간혹 역장이 있는 보통역이라도 간이역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800여개의 간이역이 있는데 그중에는 기차가 아예 정차하지 않거나, 역사(驛舍)는 철거되고 승강장만 남은 역도 많다.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주요 촬영 대상이 되거나 많은 문학·음악 작품의 소재가 되어 왔다. 두 종류의 간이역이 있는데 배치간이역배치와 무배치간이역무배치가 있다. 배치간이역은 역장이 없지만 역무원이 상주하며 여객화물 또는 운전취급을 하는 간이역으로 '운전간이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부 배치간이역에서는 역무원에게 승차권을 발권 받을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역도 있다. 20104월 현재 48개 역이 있다. 무배치간이역은 말 그대로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역이다. 이러한 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일단 기차에 올라 타 기차의 승무원에게 직접 발권을 받아야 한다. 무배치간이역이라도 1일 평균 승강 인원이 각 500명 이상일 때는 배치간이역으로 승격 가능하다. 20104월 현재 188개 역이 있다.

 

흐르는 추억을 찾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 속에 느리게 변하며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있다. 이곳에 가면 옛 추억도 생각나고, 모처럼 찾아온 휴식을 즐길 수 있으며 그곳에서 느릿느릿 옛 일을 회상 해 본다.

오늘은 기차를 타고 스치듯 지나갔던 간이역으로 여행을 떠나 본다. 수많은 여행지 중에서 간이역을 선택한 이유는 개개인의 인생에서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을 뒤돌아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 이러한 간이역에서 추억을 찾고 고향을 찾아 독자에겐 재충전의 기회를 주려고 한다. 예전의 영화는 사라졌을 지라도 그곳엔 친구가 존재하고 이웃이 있으며 나아가 꿈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하(伊下)

이러한 간이역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첫머리에 이하역을 찾았다. 역의 공식적인 주소는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주길 237-1(옛 주소로는 이하리 380-13)이다. 194241일 중앙선 개통과 동시에 보통 역으로 영업 개시하여 197411일 화물취급 중지하였으며 197611일 소화물취급중지, 1993415일 승차권발매중지(차내 취급 중)되었고 지금은 무 배치 간이역이다. 

 

철도공안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가정형평상 그만두고 지금껏 고향 이하리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김세윤(73)씨를 만났다. 나이차는 나지만 같은 초등학교인 당시 문천국민학교를 졸업한 동창개구쟁이마을동무인 노인회장 김중동(76), 이장 권세원(65)씨를 한 번에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완연히 풍겨나고 있었다.

 

추억 속의 이하역은 청량리행 상행선 열차가 안동역을 출발해 두 번째로 지나는 곳이다. 안막동 퇴계로 고개 길을 올라갔다 내려가면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짧은 철교가 있다. 철교를 지나면 바로 오른편으로는 서지역 가는 길이며 표지판도 없다. 반대로 주유소를 마주보면서 왼편으로 가면 바로 이곳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이 이하(伊下)역이다. 10여 년 전 처음 안동에 왔을 때 알았던 건동대교수와 함께 지금의 역장 관사를 개조해 집으로 만든 일은 지금도 추억 속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아마도 거실바닥에 공사기념비를 만들어 놓았는데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 지금도 있는지 확인 할 길은 없다 

 

1942년 중앙선이 개통될 때 만들어진 역사는 사람의 흔적을 막아놓아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맞이방이란 글씨가 누구를 맞이할까? 하는 촌각의 물음이 스쳐 지나는 바람 같다. 사람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체인을 두르고 자물쇠를 달아 놓았지만 형식이라는 것을 아는지 동행한 동장일행은 쉽게 벗겨낸다.

 

사람이 없는 역 마당은 적막하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우리들 밖에 없다. 예전의 서지, 이하, 주하, 와룡권의 통학학생들이나 장을 보러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영상이 김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귀에 들어오고 상상력을 동원한 필자 머릿속 귀퉁이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철길 옆 빈 공간에는 침목이 쌓여있고 전에 쓰던 팻말들이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다. 때마침 열차가 이하역 플랫폼을 속도를 조금 줄여 지나간다. 아마도 세월의 흐름도 조금의 연착은 있을지언정 저렇게 하염없이 흘어가 버리지 않을까? 흐름이 아쉬워 인생의 정거장을 찾아 이렇게 추억을 잡지 않나 지나는 열차를 보면서 생각한다. 사람들은 추억을 버리지는 않았다. 삶에 바빠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을 뿐.

 

 

유림의 상소

안동역으로부터 9.8km나 돌아서 자리한 이하역은 일제 강점기의 애환이 묻어 있는 곳이다. 예초의 선로는 옛 탑 골의 99칸 집을 가르고 학봉선생의 산소를 지나 두류종가를 지나며 주하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내심은 우리 민족의 정기를 훼손할 목적으로 계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림의 절대적인 반대 상소를 받아 그나마 지금으로 돌게 된 것이라 한다. 그래도 임청각을 가로지르는 일제의 만행을 막지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정부에서 지금이라도 철길을 직선으로 돌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하니 시민의 한 사람으로 다행스러운 일로 보인다.

 

돌아 역 앞 마당으로 나오며 예전에는 있었다는 우물의 흔적을 찾으려고 주변을 살펴보지만 무성한 잡초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당시의 우물은 사람이 소통하는 역을 중심으로 있었고 또 인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생활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니 만큼 마을의 구심점이 될 만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을 무한정 지원해주는 우물이 있는 곳이니 소통의 중심인 것이다.

 

역사의 흔적

지역민의 손발이 되어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던 역사는 다양한 굴곡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당시의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198414일 새벽 254분 중앙선청량리기점 247km 인 이하(伊下)역 구내 청량리발 부산행 통일호특급열차가 대기 중이던 화물열차를 추돌해 4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되어 있다. 곳곳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답사하는 내내 귓가를 울리고 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진 후 일진일퇴(점령 후 수복)의 공방에서 희생한 양민의 일부가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전쟁 전 마을의 지도자로서 이웃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인민위원장 등 직책을 맡거나 자신도 모르게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주민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는데 주하리, 이석리, 주민들 중 몇몇이 이하역 맞은 편 골짜기에서 총살 된 기록이 있어 민족의 대립이 원망스럽다. 느리게 걷고 추억을 회상해 보고 싶다면 빠르게 달리던 철마의 쉼터인 간이역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철마는 사라지고 없지만 추억은 그 자리에 남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하역의 인근은 주촌종가죽헌고택이 있어 문화를 찾는 답사도 될 것이다.

 

간이역 / 유안진 시인

 

시력 나쁜 눈길은 못 봐서 지나치고

약삭빠른 발은 볼품없다 지나친다마는

쉰고개를 넘어오신 부르튼 맨발이여

얼마나 고단하신가

 

불개미 한 마리도 안 밟으려 애쓰느라

가벼운 사잇길도 힘겨웠던 삐걱정갱이

절룩걸음이여 그대 기다려 나는 있다

인정의 간드레불 끄지 않는다

 

물러앉은 3등인생 졸음겨운 하품질로

쉬파리떼 왱왱거리는 고향의 푸념질로

거친 두 손 뒷짐 진

등 굽은 고향으로.

 

<기획연재> 사진가 강병두

안동인터넷뉴스(dalu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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