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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9 오후 7:02:51 입력 뉴스 > 가볼만한 곳

[기획연재]강병두의 역기행
인생의 정거장 '간이역(簡易驛)'④



용왕이 사는 곳으로 철길 따라 용이 간다 - 용궁역

 

용궁역내의 토끼 간 빵이란 간판을 배경으로 선 노시인의 얼굴에선 세월의 덧없음이 비춰지고, 바쁘게 달려온 지난날을 회상하려는 야릇한 표정이 흘러나온다.

 

노시인과 용궁

시인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 1980년부터 방송을 통해 독자들을 대상으로 시나 수필을 쉽게 읽어주던 사람이 있었다. 문인들 사이에선 대시인으로 통하며, 현재 이육사문학관 관장 직을 역임하는 조영일님과 찾은 용궁역은 옛 추억을 되살려 주기에 충분했다. 동행한 류덕우사장은 경북대학교 다니던 시절에 이곳에 들러 국밥을 먹은 이야기에 열중하고, 조시인께서는 교원생활의 초임지인 상주 백원초등학교를 다니며 들른 용궁역과의 추억을 이야기 해준다. 옆자리엔 애제자인 김경숙시인도 있었다. 아주 무식하고 원초적인 질문에 진지하게 답을 해주시는 조시인님에게 찬사를 보내며 잠시 정리하련다.

 

시와 시조

제가 잘 몰라 그러는데 시와 시조의 차이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시조는 자유시에 비해 정제된 절제와 함축으로 요약 됩니다. 나 스스로는 부끄럽게도 이런 깨우침을 얻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고통스러운 담금질에 견고한 확신을 세우는 기간이었습니다.’

그게 말로 표현이 되는지요?’

나를 찾아가는 과정 즉 내가 시에 정직하지 못했던 것, 치열하지 못했던 원죄는 바로 자신이었음을 떠올리면서 문학의 자세를 가다듬었지요.’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 시가 등장하면서 할 말, 못 할 말 가림 없는 시에 상처가 되는 말, 할 말 다하는 절제와 압축을 이겨내지 못해 무작정 늘어져 가는 시의 행색, 이러다 보니 어디까지가 시인지 혼돈된 환경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시 쓰기가 어렵고 무서워지는 겁니다. 인문학에서 말하는 인간정신의 가치를 시는 과연 제대로 지켜낼 수가 있을까. 그런 의문 속에서 나는 시를 씁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순대국밥

운전기사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류사장의 배려로 용궁 순대국밥집으로 들어간다. 특정업체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는 이유는, 용궁의 이름난 먹거리인 순대국밥, 소문과 함께 국밥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방문자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맛을 찾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일행은 추억과 더불어 순대국밥의 맛을 음미하며 예전과 같으냐? 다르냐? 를 두고 이야기한다. 손님이 많이 찾게 되면 음식준비의 소홀로 이어지고 이내 맛이 변하게 되어 있다는 쪽과 손이 많이 찾을수록 음식의 맛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정량만 준비하고 팔아야 한다. 는 쪽이 대립이다. 물론 격론으로 번지질 않고 둘 다 수긍의 표정으로 마무리 되었다.

 

용궁역사 전경

 

토끼 간 빵

용궁역이 위치한 용궁면은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과 금천이 남쪽과 서쪽으로 흘러 용왕님의 땅으로 불리는 곳 이다. 이름하야 예천군 용궁면(龍宮面)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역사(驛舍)로 들어서니 사회적기업인 토끼 간 빵간판이 매표소를 차지하고 있다. 조관장님의 배려로 맛을 보며 모양이 비슷한 경주 황남빵과의 비교에 들어간다.

 

토끼 간 빵에는 간에 좋은 헛개나무 추출액과 예천에서 생산되는 우리 밀, , 호두 등을 넣어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고 한다. 지난20128월 첫 시판을 시작으로 8개월 동안 무려 5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군에서는 지난해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용왕이라는 캐릭터를 용궁면의 대표 이미지로 브랜드화 하면서 용왕도 먹지 못한 토끼 간을 용궁에 오면 맛 볼 수 있다고 홍보하며 지역 특산품인 토끼 간 빵을 개발했다. 스토리텔링화한 것이다. 또한 회룡포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지역 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 받아 지역일자리 창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용궁역

역의 노선은 김천과 영주를 잇는 경북선이다. 경북선은 김천역을 기점으로 상주, 문경, 예천을 거쳐 종점인 영주역까지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철도 노선이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고 있는 데 반해 경북선은 그렇지 않고 경북 내륙을 운행하는 셈이어서 여객수송량이 적은 편이다. 이웃한 문경이 탄광으로 호황을 누리던 70년대만 해도 오가는 인파로 꽤 북적였던 이곳도 탄광산업의 내리막과 함께 이용객이 서서히 줄어들고 2004년부터는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 간이역이 됐다. 경북선 대부분의 간이역에는 무정차를 원칙으로 하지만 이 곳 용궁역은 역무원이 없는 역임에도 반드시 정차를 한다. 이는 주변 회룡포와 기타 관광지를 찾는 방문객들 때문이다.

 

경상북도는 지난 2009년부터 경북순환열차를 운행하며 경북 북부의 주요 관광지(상주, 문경, 예천, 영주, 안동, 의성)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용궁역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필자 일행이 간 그날은 열차시간이 맞지 않아서 사람은 없었고 선로 주변에는 잡초와 수목이 무성했지만 추억을 찾는 사람들이 분주히 오갈 것 같은 느낌은 충분했다. 텅 비어 있는 기차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추억의 페이지를 추가하는 것이다. 한때는 숱한 화물이 나가고 들어 와 쌓였을 대운통운이라 적힌 창고도 텅 빈 채 잡초만 무성하다. 마치 시간이 멈춰진 듯, 그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녹이 쓴 선로위에 알알이 덥힌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소리쳐 부르는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다.

 

추억의 시골다방

순대국밥으로 점심을 하고 토끼 간 빵으로 간식을 때우니 느끼한가 보다. 조관장님의 제안으로 커피를 찾는데 제비원다방이란 간판이 보인다. 들어가며 요즘도 삶은 계란 달라면 주는가?’ 하고 추억의 끈을 잡는다.

근래에 들어 도시에서는 전문커피하우스가 많이 생겨 한 끼 식사 값에 버금가는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심에서 한 잔의 여유를 찾는 그러한 분위기를 찾을 겨를도 없거니와, 바리스타와는 격이 다른 마담이 있는 곳을 찾는다. 역시나 후덕한 인심을 보여주듯이 풍채 있는 마담이 손들을 반긴다. 반긴다는 표현보다는 오는 손 마다않고, 가는 손 다시 안부를 듯이 눈짓으로 무얼 마시겠냐는 표정이다. 당연히 메뉴판도 없다.

 

커피 인니껴(있나요)?’

넉잔요?’

인원수에 따라 물어오는 폼이 아에 다른 것은 시키지 말라는 투다.

리필(refill)은 되나요?’

리필요?’

이따 모잘리(양이 부족하면)면 더 주는가 해서요?’

! 달라카모(하면) 더 줘요!’

인심 좋네! 하곤 한바탕 웃고 있다. 각자의 보는 각으로 찾는 느낌이나 분위기는 다르지만, 분주히 추억을 곱씹어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려는 표정들이 얼굴에 나타난다.

 

우뚝 선 시인의 몸가짐에 비해 뒤에선 노거수의 가지 잎은 바람에 하늘거리며 밝게 빛나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추억의 터널을 만들고 있다.

 

낭만을 간직한 예천 용궁역

TV 드라마와 예능프로인 12일에서 방영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용궁역의 한적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우리를 설레게 만들었다. 텅 빈 대기실의 긴 의자는 적막했고, 역무원도 없고 승객도 보이지 않는 빈 대기실엔 열차시각표만이 있었다. 줄을 타고 역사 지붕으로 오르는 담쟁이덩굴을 보며 어딘가에 나만의 성이 존재하리라 생각했고, 철로 옆의 여의주를 든 화려한 용은 성의 호위기사가 되리라 상상한다.

 

/ 조영일 시인

 

하늘을 나는 새들 살아가는 길 있다

이승과 저승 사이 우리 모르는 길

혼자서 깃에 숨기고 높이 날아 떠가는

날이 저물도록 무한 허공을 건너

흔적 하나 없는 먼 길 바람 따라

가벼운 몸짓 하나로 살아가는 길 있다

 

<기획연재> 사진가 강병두

안동인터넷뉴스(dalu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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