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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7 오전 11:46:19 입력 뉴스 > 칼럼&사설

[기획연재]강병두의 역기행
인생의 정거장 '간이역(簡易驛)'(10)



기차 따라 역 따라

구름에 달 가듯이 발걸음 따라 흘러간 간이역

 

무임통학의 추억을 간직한 - 단촌역

 

간이역(簡易驛)

 

간이역(簡易驛)은 한국철도공사가 되기 이전인 구 철도청에서부터 사용하던 행정 분류로 이용객이 적고 효율성이 낮아 역장이 배치되지 않은 규모가 작은 역을 말한다. 간이역의 역장은 인근 보통역의 역장이 겸임하여 운영하나 간혹 역장이 있는 보통역이라도 간이역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800여개의 간이역이 있는데 그중에는 기차가 아예 정차하지 않거나, 역사(驛舍)는 철거되고 승강장만 남은 역도 많다.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주요 촬영 대상이 되거나 많은 문학·음악 작품의 소재가 되어 왔다. 두 종류의 간이역이 있는데 배치간이역과 무배치간이역이 있다. 배치간이역은 역장이 없지만 역무원이 상주하며 여객화물 또는 운전취급을 하는 간이역으로 '운전간이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부 배치간이역에서는 역무원에게 승차권을 발권 받을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역도 있다. 2010448개 역이 있다. 무배치간이역은 말 그대로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역이다. 이러한 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일단 기차에 올라 타 기차의 승무원에게 직접 발권을 받아야 한다. 무배치간이역이라도 1일 평균 승강 인원이 각 500명 이상일 때는 배치간이역으로 승격 가능하다. 20104188개 역이 있다.

 

단촌역을 배경으로 서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이방의 전설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 최윤환 선배이다. 지금은 녹색사관학교 교장이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분이다.

 

철마와 한 판 승부

 

무임통학의 추억을 간직한 단촌역

 

늦여름 어느 날 선배와 함께 추억을 찾아 나선 길이다. 안동에서 일직을 지나 의성과의 경계지점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 바로 단촌면이다. 사진학을 전공한 필자는 평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친교를 맺어오고 있는 편이다. 그중에 안동과 의성지역에서 일찍이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 온 분이 단촌면에 살고 있다. 오가다 그분의 가게에 자주 들러 교감을 나눈 기억이 난다.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으니 식사를 겸해 찾는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좌우로, 앞뒤로 흑백의 대형작품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으니 나그네들에겐 음식 맛에 반하고 작품에 반하는 시간이 된다. 단촌역 앞 광장에 자리하고 있으니 찾기도 쉬워 고추나 마늘을 팔로 온 농부와 역을 찾은 여행객들이 붐빈다.

 

단촌역

 

지금은 사람이 찾지 않는 폐쇄된 간이역이지만 한 때는 통학하는 학생들과 마늘을 사러 다니는 장사꾼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 적도 있었다고 한다. 역을 기점으로 안동방향인 운산역으로 가는 길에는 부근에서 보기 드물게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다. 전부가 마늘밭이었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옛 부터 붉은 돌이 지천에 널려있다 해서 붉은 단을 써서 단촌(丹村)이라 칭하지만 일찍이 마늘생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곳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단촌역의 전경

 

사람이 없고 자물쇠가 채워진 역을 돌아보기 위해선 약간의 위법을 감수해야만 했다. 정면에 세워진 울타리를 돌아 전나무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 간만에 느끼는 스릴에 학주(學舟)선배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긴장감이 들었다. 이내 역사(驛舍)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어릴 적 추억의 단편을 찾는 모습이다. 누나 집에서 안동까지 통학을 했다는 선배는 지금은 많이 바뀐 건물의 모습이나 위치를 더듬어 찾아보고 있었다.

 

무임승차의 추억

 

철로에 들어서서는 의성으로 가는 방향에는 엽동역이 존재하고 안동으로 가는 다음 역은 운산역이라고 하며 친절히 설명을 해 준다. 철로를 거닐며 회상에 젖는 것도 잠시, 갑자기 두 주먹을 움켜쥐며 이내 나에게 묻는 질문은...

강 작가! 기차 하이방(비속어로 무임승차를 이야기함) 해봤나?’

?... 나는 대구에서 버스로 다녔는데요! 우리도 무임승차는 가끔 했지요. 그러다 버스표 삐딱하게 오려서 한 번 더 타는 거...’

그거는 도시에서 하는 거고, 기차는 무임승차 후 내릴 때는 도망가야 해서 하이방 깐다 했지. 이게 요령이 있는데 말이야...’

 

한참을 설명하신다. 탈 때부터 조심해야 하고 타서도 마음 조리며 검표원의 눈을 피해 열차와 열차 사이의 통로에 발을 붙이고 앞 칸에서 검표아저씨가 나타나면 뒷 칸에 매달려 있다가 아저씨가 뒷 칸으로 지나가면 앞 칸으로 옮겨 간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말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목은 내릴 때이다. 역무원들이 개찰 준비를 하기 전에 역사를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달리는 열차에서 먼저 내려야 하는데 가는 방향으로 잔걸음을 뛰며 빨리 닿아 내려야 안전할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대부분의 당시학생들은 차비가 없어 시도를 한다기보다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보아야 한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왕성한 식욕을 채우기 위해선 용돈을 차비로 남기기보다는 꿀 맛 같은 짜장면, 혹은 호떡, 떡뽁이 등을 먹고 집까지 오십 리(20여 키로)가 넘는 길을 걷는다거나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것이다.

 

저기 보이는 철로가 어디로 가는 길이건 상관이 없다. 서로 같이 손잡고 가는 동행이 있다는 사실이 좋을 뿐이다.

 

선로위의 힐링(healing)

 

남향의 엽동역으로 난 철로에서부터 북향의 운산역방향으로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며 걸어 본다. 연인이 걷는 기분과는 또 다른 힐링의 장이 펼쳐진다. 선배가 카메라를 메고 따라 나서더니만 궁금한 것이 많으신지 이것저것을 묻고 있다. 무엇을 표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을 해 준다. 그리곤 풍경사진의 기본은 심도를 깊게 해 깨끗하고 깔끔하게 보이는 것이 좋고 다큐나 다른 것을 표현 할 때는 마음이 내키는 때나 상황에 따라 심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론의 바탕위에 자신의 감이나 느낌을 충실해야 하기에 현장에서 해 줄 수 있는 말은 많지가 않다.

 

세상은 모 통신사의 선전처럼 느림이 아닌 빠른 것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시속 400~500km가 넘는 KTX가 나오고 비둘기호가 사라진 지금, 그마나 남은 통일호만이 간이역을 오가며 들리고 있다. 이제 선로의 복선화가 이루어지면 모든 것이 더 빨라질 것이며 그러면 간이역의 기능도 더 줄어 들 것이라 믿는다. 가만히 내려다보는 철로가 이중으로 오버랩 되어 나의 가슴으로 다가오는 환영이 보인다.

 

단촌역(丹村驛)의 역사(歷史)

 

역은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에 있다. 1940년에 개역을 한 중앙선 초기의 역이며, 1992년에 소화물취급이 중지되었고 1995년에 승차권발매가 중지되었다. 여러 차례 격하와 승격을 거친 끝에 일반열차 통과 이용객이 적어 2008121일 여객취급이 중지되었다. 지금은 지나다 들린 날짐승이나 그곳의 터줏대감격인 청설모 등만이 사람을 반길 뿐이다. 여러 그루의 은행나무가 역사를 둘러싸고 있으니 먹이는 풍부한가보다.

 

단촌면에서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제일 많이 나있는 마늘 닭.

 

마늘 닭

 

역을 등 뒤로하고 단촌면을 둘러보기 위해 길을 잡는다. 역을 지척에 두고 있는 한적한 집에서 한창 콩을 수확하여 정리하고 있는 할매를 만나 묻는다.

할매요! 뭐하시니껴?’

. 물에 뿔꿀라카재(불려 먹을라 한다는 뜻)’

수확이 어떠이껴?’

내가 아나...우리식꾸 머을라꼬 쪼매 했는데...’

‘...’

여서 유명한 마늘집이 있다 카던데, 어디있니껴?’

바로 전데...’

하시며 손을 들어 가리키신다. 손이 제시하는 방향을 보니 작은 간판에 마늘 닭이라 적힌 문구가 보인다. 바로 길 건너 한 쪽 구석에 보인다. 식당이라기보다는 점빵이나 가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두 명의 장정이 닭을 먹고 있다. 주방과 붙은 홀에는 한 팀만 받을 수 있도록 되었고 나머지는 모두가 방으로 안내하게 된 구조였다. 물음이 궁하던 차이니 방으로 들기보다는 홀에 서서 젊은이들을 상대로 말을 걸어본다. 서울서 고향인 안동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마늘 닭을 먹으러 이곳 단촌면까지 왔다고 한다. 자칭 단골이라고 하는데 주인은 시쿤둥한 표정이 역력하다. 권운섭(경기도 용인 42)씨가 친하다는 듯이 익살스런 표정과 농을 걸어도 주인 할매는 닭이나 무라!’ 간단한 답이 돌아온다. 어느 정도 이골이 낫나보다. 실상 이곳 주인은 욕쟁이 할머니로 더 이름이 나있다. 먹고 살기위해 닭 요리를 시작했으나 혼자 해야 하는 일이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으니 강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상한 점은 이러한 냉정하고 무뚝뚝한 행동이 언론이나 매니아들 층에서 더 인기를 끈다는 점이다. 동행한 선배도 이러한 점을 아는가 보다. 조심스럽게 주문을 하고는 넌지시 주인과의 인연을 풀며 자주 찾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간의 말 보따리는 이렇게 풀어가고 있나보다.

 

조석(朝夕)으로 바뀌는 늦여름, 초가을 날에 구름 따라 세월 따라 흘러가는 구름이 떠 있는 간이역에서 친한 벗들과 맛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나에게 찾아온 행복이었다.

 

<단 촌 역>

지은이 김용락

 

늙은 측백나무가

반쯤 대머리가 된 회색 빛 건물 뒤편 변소 입구에서

사색하듯 말없이 서 있는 단촌역

붉은 색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대합실 나무 의자가 카바이트 불빛 아래서

힘이 다한 노인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던

경북 의성군 단촌역

개찰구에 한쪽 다리는 약간 저는

소아마비 역무원 주사가

어긋나버린 자신의 인생을 꼼꼼히 기차표를 찍어주던

중앙선의 작은 시골 역

여름이면 붉은 사루비아가 홍운보다 더 짙던

그 역의 낡고 좁은 문을 통해

나는 안동 50리 길을

아니 청춘 수만 년의 미래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중학교 3년을 통학했지만

미안하게도 역장님 이름을 알지 못했네

가끔씩 바람 드센 날

국기 게양대의 태극기와 새마을기가 찢어지고

밤새 눈이 한 길이 넘게 내려

힘에 부친 측백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그 부러진 상처 위에도

소독약가루처럼 하얗게 눈이 쌓이고

무릎이 빠지는 눈 쌓인 논둑길을 걸어와

수십 분이나 연착한 아침 통학차를 간신히 탔을 때도

말없이 청춘의 우리를 격려하던

시골에서는 보기도 드문 왜식 목조건물

내 유년이 그 주변에서 끝나고

대구로 유학 나와

일요일 저녁이면 쌀자루 둘러메고

멸치조림 봉지 옆 허리에 꿰차고 대합실을 나설 Ei

점점이 멀어져 가던 어머니의 아련한 뒷모습

가슴 아프던 단촌역

나는 오늘 별 볼일 없는 중년의 사내 되어 홀로 그곳에 가보지만

지나간 세월처럼 혹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모든 것은 사라지고

낡은 驛舍위로 흰 구름만 말없이 흘러가는

내 실존의 먼지 같은 단촌역

내 쓸쓸한 영혼의 집

 

글 / 사진   강병두 사진가

안동인터넷뉴스(dalu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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