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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5 오전 11:36:38 입력 뉴스 > 칼럼&사설

[기획연재]강병두의 역기행
인생의 정거장 '간이역(簡易驛)'(11)



기차따라 역따라

구름에 달 가듯이 발걸음 따라 흘러간 간이역

 

 

차향(茶香)을 머금은 이별 역 - 영주역

 

 

간이역(簡易驛)

 

간이역(簡易驛)은 한국철도공사가 되기 이전인 구 철도청에서부터 사용하던 행정 분류로 이용객이 적고 효율성이 낮아 역장이 배치되지 않은 규모가 작은 역을 말한다. 간이역의 역장은 인근 보통역의 역장이 겸임하여 운영하나 간혹 역장이 있는 보통역이라도 간이역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800여개의 간이역이 있는데 그중에는 기차가 아예 정차하지 않거나, 역사(驛舍)는 철거되고 승강장만 남은 역도 많다.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주요 촬영 대상이 되거나 많은 문학·음악 작품의 소재가 되어 왔다. 두 종류의 간이역이 있는데 배치간이역과 무배치간이역이 있다. 배치간이역은 역장이 없지만 역무원이 상주하며 여객화물 또는 운전취급을 하는 간이역으로 '운전간이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부 배치간이역에서는 역무원에게 승차권을 발권 받을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역도 있다. 2010448개 역이 있다. 무배치간이역은 말 그대로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역이다. 이러한 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일단 기차에 올라 타 기차의 승무원에게 직접 발권을 받아야 한다. 무배치간이역이라도 1일 평균 승강 인원이 각 500명 이상일 때는 배치간이역으로 승격 가능하다. 20104188개 역이 있다.

 

이별의 역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 것인지, 서로 방향이 다른 서울, 부산의 표시판 중간에 자리한 차심(茶心) 김미경 시인의 모습은 미소인지, 걱정인지 모를 야릇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트랜스퍼(transfer)

경북 남부권의 산 꾼들에게 영주역은 추억의 정거장이다. 작은 간이역만큼이나 아기자기하고 정을 머금은 추억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여유로움을 즐기러, 혹은 패션을 과시하러 산을 찾는 듯 요란하지만 그 당시의 산은 경제성장 동력이 돌고 거기에 발맞추어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일탈을 꿈꾸는 자만이 갖는 호연지기의 산물이자 그 시간은 이제 추억으로 자리한다. 지금이야 산업화로 개인 소득이 높아지고 교통이 발달되어 자가용이나 전용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통일호 기차가 최선의 교통수단이었다. 늦은 밤 21시경 선배와 동료의 배웅을 받으며 중앙선을 타고 동대구역을 떠나면 자정 무렵에 영주역에 당도한다. 여기서 영동선인 강릉행의 기차를 탈 때까지는 근 3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었던 기억이다. 대합실에서 무작정 대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역 광장이나 따뜻한 국밥집에 자리를 하고 산에 대한 지식을 안주삼아 술만 마신 기억이다. 지나치면 산에 가기도 전에 대합실을 못 찾을 정도가 되기도 하지만 큰 사고는 없었던 것 같다.

하계나 동계 훈련시즌엔 기차의 차량 칸마다 아는 사람으로 붐비니 이곳에서 저곳으로 오가며 강릉까지 술이다. 강릉역에 내리면 줄지어 선 감자탕집이 객들을 맞이하니 대충 아침을 때우곤 산으로 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협곡열차의 처음과 끝

백두대간권 관광자원을 이용한 중부내륙 관광 상품의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벌인 사업이 중부내륙 순환관광열차(O-train) 및 협곡관광열차(V-train)이다. 이는 우리나라 중부내륙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열차 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여 여행과 나들이, 휴식과 자신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는 힐링(healing) 등의 콘셉트로 제작되었다. 필자의 세대와 형들 세대는 통학의 수단이 거의를 차지했고 가끔이나 여행의 수단에 들던 기차가 최근에는 조용한 휴식이나 연인들의 추억 만들기 또는 가족 간의 여행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협곡열차는 경북 봉화 분천역과 강원도 태백 철암역을 하루 3회 오가고 있지만 그 열차의 첫 과 끝은 이곳 영주역에서도 가능하다니 꼭 한 번 찾아 볼 것을 권한다.

 

중앙집중식 구도의 중심에 서서 좌우 혹은 선택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모양이다.

 

영주역

영주역은 경상북도 영주시 휴천2349-1번지에 있다. 바뀐 주소로는 경상북도 영주시 선비로 64번지에 있는 역이다. 19417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여 19731223일 현역사로 이전하였다. 청량리 기점 213.2 km지점에 위치하며 중앙선에서 영동선과 경북선이 분기하는 시종착역이다.

경북 북부지역의 교통의 요충지로 십 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용객이 많아 전성기를 누렸으나 도로교통의 발달로 이용고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까지 중앙선복선화가 완전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영주-청량리간 소요시간이 1시간 10분까지 단축될 것으로 전망되어 직원들이나 일반서민들의 기대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관광지

영주는 사진사적으로도 깊은 관계가 있다. 역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가학루라는 누정이 있다. 열강들이 호시탐탐 대한제국을 침탈하던 시절 신문물이 대거 유입되었는데 그 중 사진은 일본을 통해 받아들였다. 제일 앞선 인물 중에는 해강 김규진이란 분이 있는데 그는 서예와 그림으로 더 유명한 분이다. 그에게 사진은 서예와 그림을 알리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분이 영주에 왔는지, 혹은 글만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영주가학루의 현판이 그 분의 글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지역문화와 사진을 이야기 할 때면 늘 예로 든다. 그 외엔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쓴 글로 한 번 더 이름을 날린 부석사가 존재하고 있으며 작은 백두산이란 뜻의 소백산에는 유명한 절들이 산재해 있다. 외나무다리가 있어 유명한 반남(潘南) 박씨의 집성촌인 무섬마을이 있으며 시간여유가 많이 있으면 영주의 구곡문화를 즐기고, 보고, 체험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영주문화유산보존회 소속인 김태환씨에 따르면 7개의 구곡이 존재하고 있으며 모두가 소중한 선조들의 자산이라고 이야기 한다.

 

온고당(溫故堂)의 차심(茶心)

평소 안동을 중심으로 봉화나 영주, 예천, 의성 그리고 청송 등 인근으로 답사기행을 많이 떠나는 편이다. 문화의 향기를 찾아본다는 생각도 있지만 벗이 있고 술이 그리워 기웃거린다는 생각이 더 있다. 어느 날, 청초란 화백의 손에 이끌려 차향가득한 곳을 찾았다. 온고당(溫故堂 영주시 가흥동 1452-31 2. 054-635-1770)이란 간판이 자그마하게 한 쪽을 차지한 입구에 들어서면 차향과 풀냄새가 섞인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각종 다기와 한지공예작품이 통로의 좌우로 사열을 하듯이 줄을 지어 늘어져 있다. 정갈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쥔장이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까싶을 정도로 무질서의 정렬이다. 몇 차례의 차회를 통해 일면식이 있으니 반가운 얼굴로 나그네를 맞아준다. 생활한복을 정갈하게 입고 단아하게 자리한 주인은 외견 사람을 불러 모으는 기풍이 흐르고 있다. 그녀는 안동, 예천, 영주, 봉화의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인 다우회(茶友會)를 통해 만났다. 필자는 차에 대해서는 문외한격이지만 주인 김미경씨는 차심(茶心)이란 아호를 가질 정도의 차 사랑을 보인다. 일부 동행한 한량의 입에서는 밤이 되면 온고당이 온고주점으로 변신한다는데 이것은 차심의 사람을 배려하는 편안한 품성에 기원한다. 모여드는 술꾼을 배려해 차대신 곡주를 접하도록 몇 차례 기회를 준 것 같으니 이는 믿거나 말거나 인 것 같다.

 

영주역을 배경으로 서서 인근 유적지 답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별의 추억

경기도 강화에서 태어난 차심이 어떻게 영주에 정착했는지를 물으니 지병이 있었던 아버지가 풍기로 요양 차 내려왔다가 가족 전체가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때부터 내려왔으니 이젠 이곳이 고향과 같다고 이야기 한다. 문학도를 꿈꾸어 국어국문학을 희망했으나 가정학과를 졸업함으로 한지에 관심을 두고 삶의 방향을 잡았단다. 영주역은 자기에겐 이별의 슬픈 기억을 간직한 곳으로 늘 슬픔이 따른다는 이야기이다. 영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되었는데 학교와 집밖엔 몰랐던 시골처녀가 어찌 철마 타는 법을 알리가 있겠는가? 예부터 영주역은 경북선과 영동선, 중앙선, 대구선이 상존하며 서울로 가는 선로와 부산으로 가는 선로는 영주를 중심으로 도시가 위치한 방향이 다르므로 당연히 반대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짐작할 것이다. 처음 타는 기차에서부터 반대로 탄 이별의 추억은 대학 생활 내내 주기적인 일과가 될 정도로 중압감으로 다가왔다니 대충의 생활 패턴을 짐작할 만하다. 고단한 삶이지만 한지공예로 돌파구를 만들고 시는 자신의 꿈이고 희망이었으니 금년에 중앙지인 문예비전에 등단한 그녀는 다시 도약을 꿈꾸는 영주역처럼 온고당에 빛이 스며든다. 차와 곡주를 섞어 마시며 이야기하는 중 구석에 보이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당신이 기쁘니 나도 기쁘다

 

 

 그대입니다

 지은이   온고당  김미경

 

조용하고 포근하게

따뜻한 온기 머금고 다가옵니다

애간장 녹이며 마음 들끓게 합니다

때론 애착보다 더한 집착 때문에

힘겹고 속상해 밀어내고 싶지만

말없이 스미는 수채화처럼

깊은 곳에 자리한 그리움은 그대입니다

맑은 날이나

흐린 날에도

해가 뜨고

달무리 지는 밤에도

내 사랑은 오직 그대입니다

 

글 / 사진  강병두 사진가

안동인터넷뉴스(dalu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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